KISTI와과학

베텔게우스가 ‘조만간’ 폭발한다? 별의 일생 (KISTI)

조조다음 2020. 5. 8. 06:30

요즘 밤하늘에서 가장 핫한 별

 

요즘 지구촌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별 하나가 등장했답니다. 바로 오리온자리의 알파별 베텔게우스(Betelgeuse)입니다.

 

설마 오리온자리를 모르는 분은 없겠죠. 북반구 하늘에서 유일하게 1등성 두 개를 가지고 있는 겨울 별자리의 왕자 오리온.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냥꾼 오리온의 허리춤에 있는 오리온 삼성도 유명하죠.

 

요즘 밤 8시쯤 나가서 남쪽 하늘을 보면 방패연처럼 생긴 오리온자리가 하늘에 둥실 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죠. 이 별자리의 왼쪽 위 귀퉁이를 보면 불그스레 빛나는 별 하나가 있는데, 흔히 하는 말로 요즘 가장 핫한 별 베텔게우스입니다.

 

저렇게 빤히 바라다보여도, 놀라지 마시라, 거리가 무려 640광년이랍니다. 1초에 지구 7바퀴 반, 30만km를 달리는 빛이 640년을 쉬지 않고 달려야 닿는 어마무시한 거리죠. 그러므로 여러분이 오늘밤 보는 베텔게우스의 별빛은 바로 640년 전에 그 별에서 출발한 빛인 셈이죠. 640년 전이라면 이성계가 고려왕조를 치기 위해 위화도에서 군대를 돌리던 바로 그 무렵이죠. 이 우주의 공간이 놀랍지 않나요?

 

그런데 거리보다는 별의 크기가 또 입을 딱 벌어지게 하죠. 태양 지름의 무려 900배에 달하는 적색 초거성이랍니다. 밝기는 태양의 수십만 배고요. 만약 베텔게우스를 우리의 태양 자리에 끌어다 놓는다면 화성을 넘어 목성 궤도까지 잡아먹을 정도랍니다.

 

태양 같은 별은 보통 약 100억 년을 살지만, 이런 덩치 큰 별들은 강한 중력으로 인한 급격한 핵융합으로 연료 소모가 빨라 얼마 못 살죠. 베텔게우스의 나이는 730만 년 안팎으로, 아직 1천만 년도 채 안되었는데 말기 증세를 보여 조만간 폭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요. 슈퍼노바(supernova), 곧 초신성 폭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것이 바로 천문학자들이 이 별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죠.

 

별의 일생도 사람과 같다고요?

 

그럼 무엇으로 저런 베텔게우스 같은 별이 만들어졌을까요? 우주공간을 떠돌던 수소 구름, 즉 성운이 중력으로 뭉쳐져 별을 탄생시킵니다. 수소 구름 속에서 새로 태어난 별들은 크기와 색이 제각각이랍니다. 아주 온도가 높은 푸른 별에서 낮은 온도의 붉은 별까지 다양하죠. 항성(별)의 밝기와 색은 표면 온도에 달려 있는데, 그 원인은 별의 덩치, 곧 질량이죠.

 

별은 타고난 질량에 따라 사람처럼 생로병사의 일생을 살아간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죽음의 모습까지도 결정하죠. 그러니까 별의 체급마다 임종의 풍경이 크게 다르답니다.

 

핵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별이 되려면 최소한 태양질량의 0.08배는 돼야 하므로, 그 이하의 소질량 별은 중심에서 핵에너지를 생산할 만한 압력과 온도가 올라가지 않아 이른바 갈색왜성으로 어두운 별의 일생을 살아가죠.

 

다음 체급은 태양질량의 0.08에서 8배 이하의 별로, 우리 태양을 포함하는 체급이죠. 이 별들은 일생의 약 90%를 주계열성으로 보내는만큼 별의 수명 역시 거의 주계열성의 기간이라 할 수 있죠. 태양의 경우는 수명을 약 140억 년 정도로 보죠.

 

중심에서 수소를 태워 헬륨으로 바꾸는 핵융합 작용을 하는 태양은 주계열성 단계 중반부에 접어든 상태입니다. 앞으로 70억 년이 지나면 태양은 적색거성으로 진화해요. 그러면 중심핵에 있는 수소가 소진되면서 핵은 수축하고 가열되죠. 적색거성 단계에서 태양은 극심한 맥동현상을 일으키다가 이윽고 외층을 우주공간으로 방출하고 행성상 성운이 된답니다. 외층이 탈출한 뒤 남은 뜨거운 중심핵은 수십억 년에 걸쳐 천천히 식으면서 백색왜성이 되죠. 태양의 경우 크기가 거의 지구만해지는데, 원래 별 크기의 100만분의 1의 공간 안에 물질이 고밀도로 압축되는 거죠.

 

다음 체급은 태양질량의 8~25배인 대질량 별의 운명은 보다 극적이랍니다. 무거운 별은 헬륨을 태우는 단계에서 적색 초거성으로 진화하죠. 중심핵의 헬륨이 소진되면 이들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을 차례로 융합하고 태워 탄소, 산소, 네온, 마그네슘, 실리콘, 그리고 끝으로 원자번호 26번인 철을 만들고 끝나요. 한편, 별 속에서 만들어진 원소들은 양파 껍질처럼 별 속에 켜켜이 쌓인답니다. ​

 

별 속에서 핵에너지 생산이 중단되면 즉시로 대파국이 뒤따르죠. 별이 자체의 중력을 지탱할 수 없어 급격한 중력붕괴에 이은 대폭발로 생을 마감하는 거죠. 거대한 별이 한순간에 폭발로 자신을 이루고 있던 온 물질을 우주공간으로 폭풍처럼 내뿜어버리죠. 이것이 바로 초신성 폭발이랍니다. ​

 

​대질량인 별의 마지막 진화 종착지는 초신성 폭발 후 중력붕괴를 일으킨 끝에 남게 되는 중성자별이죠. 중성자별은 우주에서 존재하는 천체 중 가장 고밀도지만 덩치는 아주 작아요. 한 도시 크기만한 지름 16km의 몸집에 태양 질량의 두 배에 달하는 엄청난 질량을 가지고 있죠. 찻술 하나의 중성자별 물질 무게는 약 10억 톤이나 된답니다.

 

태양질량보다 25배 이상의 초질량 별은 정말 단명하죠. 핵융합반응은 마찬가지로 철에서 끝나고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데까지는 같지만, 뒷일이 여느 별과는 딴판이죠. 핵의 붕괴가 중성자별에서 그치지 않아요. 핵의 질량 자체가 태양질량의 10~20배에 달하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별의 중력붕괴를 멈출 수가 없죠. 그 결과 질량은 특이점으로 붕괴되고 마지막 잔해로 블랙홀을 남긴답니다.

 

하늘에 태양이 두 개 된다고요?

 

과학자들에 따르면, 베텔게우스가 수명이 다해 조만간 초신성 폭발을 앞두고 있답니다. 천문학적으로 조만간이라면 며칠이 될 수도 있고, 수천 년, 수만 년도 될 수 있지만 말이죠.

 

베텔게우스가 태어날 때는 태양질량의 20배 정도였지만, 그 동안 엄청난 질량 방출로 지금은 11배 정도입니다. 따라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계속 핵융합을 하다가 중심핵에 철만 남는 순간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겁니다. 중심핵은 붕괴한 뒤 지름 20km 정도의 중성자별이 남을 거랍니다.

 

베텔게우스가 초신성 폭발을 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초신성 폭발이란 우주의 최대 드라마로, 한 은하가 내놓는 빛보다 더 많은 빛을 내놓기 때문에 일단 지구 행성에서 약 2주간 밤이 없어질 거랍니다. 말하자면 낮에는 태양이, 밤에는 베텔게우스가 지구를 환히 비춰주는 신기한 현상을 보게 되겠죠. 이후 베텔게우스는 2~3개월 동안 밝게 빛나다가 빠르게 어두워질 겁니다.

 

이런 거성들이 폭발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방사능을 쏟아내는데, 이에 비하면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은 바다 속 거품 하나에 지나지 않죠. 그러니까 초신성 폭발하는 데 얼씬거리다간 큰일납니다. 하지만 베텔게우스의 폭발이 지구에 별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거리가 워낙 머니까요.

 

문제는 베텔게우스의 정확한 폭발시점으로, 앞으로 100만 년 이내에 언제라도 가능하지만, 내년이 오기 전에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하네요. 어쩌면 현장에선 벌써 터졌을 수도 있죠. 그래 봤자 우리는 640년 후에나 알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별지기들은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습관적으로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 쪽으로 눈길을 돌린답니다. 그 별이 혹시 터지나 하고요. 우리 살아생전에 그런 장관을 과연 볼 수 있을까요?

 

베텔게우스의 초신성 폭발을 시뮬레이션한 동영상들이 유튜브에 많이 올라 있으니 찾아보기 바랍니다. 아주 신기하고 재미있으니까요.

 

글: 이광식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