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예상보다 더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전염력이 강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으면 매우 빠르게 퍼진다. 그래서 세계 각 국은 방역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자원과 인력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백신이 상용화되려면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에이즈(AIDS) 등 많은 질병이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 백신이 없다. 백신 개발은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인류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작용하는 기제를 반드시 알아야 하며, 이론을 실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비용과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도 에이즈나 사스, 암을 정복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진들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독감바이러스 백신은 달걀에 바이러스를 집어넣어 배양해서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달걀에서 바이러스를 48시간 정도 키운 후 바이러스를 채취한 뒤 약품으로 불활성화시키는 것. 이렇게 만드는 백신을 '사백신' 또는 불활성화 백신이라 한다. 반면 바이러스를 약화시켜서 만드는 백신은 '생백신', 또는 약독화 백신이라 한다. 어떤 방법을 쓸 것인지는 바이러스에 따라 다르다.
독감 백신은 주로 달걀로 만든 사백신인데 이 방법의 가장 큰 단점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법이 모든 바이러스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달걀에서 배양되지 않는 바이러스도 있다.
이 때문에 동물, 균류 등의 다양한 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기도 한다. 배양된 바이러스 자체를 주입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단백질(주로 표면 단백질)을 만들어서 주입한다. 그런데 어떤 단백질을 만들어야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 수 있을지를 모르기 때문에 이를 검증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은 맥주 양조에 쓰는 효모 세포를 이용해 개발했다. 바이러스의 껍질을 구성하는 단백질 가운데 주로 ‘L1’이라는 단백질만을 따로 생산해 몸속에 주사하면 우리 몸의 면역계는 외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한 것으로 인식해 이 단백질을 인식하는 항체를 대량으로 생산한다. 이렇게 항체가 몸속에 많이 만들어지면 나중에 실제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쉽게 물리칠 수 있다.
안전성 검증은 매우 까다롭다
이렇게 백신이 만들어진 후 안전성을 검사하는 것은 백신 제조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차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백신은 사람 몸에 직접 접종하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 엄격한 무균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임상실험을 반복해서 일정한 제품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대개 임상실험은 많은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머크, 화이자(Pfizer) 등 큰 제약회사가 주로 맡고 있다. 생쥐 등 소형 동물의 임상실험으로 시작해서 침팬지의 임상 실험까지 십년 가량 소요되기도 하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도 여러 차례 시행한다.
각국의 시험을 거쳐 시판 허가를 받기까지의 과정도 까다롭다. 만약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견되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백신 생산에는 여러 제약 요소가 있기 때문에 긴 시간이 걸린다.
결국 해답은 백신 개발 과정을 더 단축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는 길이다. 임상실험 과정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개발 방법은 연구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더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은 아이디어의 싸움이다. 그 승자는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글: 이상엽 과학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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