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고정된 자세로 일하는 우리 현대인들은 통증으로 고생한다. 목, 어깨, 허리, 무릎 등 안 아픈 데가 없다. 이 모든 것은 근막과 관련 있다.
몸에 퍼져있는 근막, 우리 몸을 지탱한다
근막은 근육을 감싸는 얇은 막이다. 근육 전체는 물론이고 근섬유 각각, 또 근섬유가 묶인 다발을 감싸며, 다발의 묶음인 근육을 감싼다. 주성분은 콜라겐으로 엘라스틴과 일부 섬유 물질이 솜사탕처럼 얽혀 막을 이루고 있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예가 귤이다. 귤껍질을 피부라 봤을 때 과즙을 감싸는 반달모양의 투명한 막이 근막(외근막)이다. 근막을 벗겨보면 과즙 하나하나도 막에 싸여 형태를 유지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막 역시 근막(내근막)이다.
귤에 막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귤껍질 안에는 물 같은 과즙으로 찰 것이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근막이 없다면 뇌는 반죽처럼 흘러내리고 위장은 복강 내로 넓게 퍼지며 몸 전체가 발쪽으로 흘러내릴 것이다.
근막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미줄 망처럼 전신으로 퍼져있어, 혈관과 신경처럼 정보도 주고받는다. 방식은 조금 원시적인데 단순하게 밀고 당겨지는 것부터 섬유에서 섬유로, 세포에서 세포로 직접 전달되는 방식이다. 하나로 이어진 전신 수영복처럼 팔을 쭉 당기면 허리와 다리까지 당겨지는 느낌도 이 때문이다.
잘못된 자세, 전신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근막과 관련한 대표적인 질환이 근막통증증후군이다. 흔히 담에 걸렸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주로 목과 어깨가 뻐근하거나 피곤하다 느끼고 그 느낌이 여러 군데로 옮겨 다니는 증상을 호소한다. 원인은 근육에 난 상처다. 근육은 수축과 이완을 통해 작용한다. 수축은 근육의 길이가 줄어들면서 이뤄지는데, 잘못된 자세는 근육 길이는 유지한 채 수축을 일으키고 장시간 유지하면 결국 근육 손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많이 취하는 거북목 자세가 대표적인 예다. 평상시 머리를 앞으로 쭉 뺀 채 근육의 긴장이 계속되면 근육의 길이는 변하지 않고, 목과 어깨, 턱 주의의 근육을 수축시킨다. 근육은 팽팽해진 상태에서 굳어지고 근육 세포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게 된다. 결국 세포가 산소 부족 상태에 빠지면서 대사 작용에 문제가 생기고, 몸에 해로운 대사 물질도 분비되면서 근육에 상처가 나게 되는 것이다. 상처가 낫는 과정에서 마치 밧줄을 한번 묶은 듯한 매듭 형태로 흉터가 생긴다. 매듭으로 근육의 길이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평상시에도 수축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이는 통증을 일으키는 유발점으로 작용한다.
통증이 있는 곳을 누르면 딱딱한 알갱이 형태로 만져지는 곳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매듭이 생긴 통증 유발점이다. 이것은 근육이 있는 곳이라면 온 몸 어디든 생길 수 있고 근막계로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에 매듭이 생긴 곳과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에서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어깨 통증 부위를 눌렀을 때 뒷목과 허리까지 통증이 이어지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손상된 근육은 매듭이 있어 정상 근섬유와 달리 스트레칭을 해도 잘 늘어나지 않는다. 근육이 짧아진 상태로 탄력도 떨어져 뼈가 붙어 있는 자리까지 근육이 당겨지면서 관절이 아픈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치료는 근육을 재생시키는 것뿐인데, 한번 손상된 근육은 쉽게 치료가 되지 않는다. 치료법 중 하나는 허혈성 마사지다. 아픈 부위를 30초에서 1분가량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가 떼는 방법으로, 손상된 근육 세포 주변의 혈액 순환을 촉진해 도움을 준다. 마사지 할 때는 여러 곳을 한꺼번에 누르면 오히려 통증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한 곳씩 천천히 반복해주는 것이 좋다.
근막은 나이가 들면서 느슨해진다. 피부가 쳐지는 이유도 근막 때문이다.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근막은 사실상 장기와 피부가 우리 몸 곳곳,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근막 건강부터 챙기는 것이 필요하고 이에 첫걸음이 근막통증을 만들지 않는 바른 자세가 아닐까 한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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