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2020년 쥐의 해, 쥐에 관련된 이야기 (KISTI)

조조다음 2020. 1. 4. 06:30



1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밝았다. 쥐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흰 쥐의 해다.
 
2
12간지 중 첫 번째인 쥐는 예로부터 인간과 인연이 깊은 동물이다. 약 1만 5천년 전부터 그 자취가 발견될 정도로 오랫동안 인류와 생사고락을 같이 해 왔다.
 
3
그러나 쥐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좋지만은 않다. 병균을 옮기는 전염병의 매개채 혹은 양식을 축내는 좀도둑으로 주로 우리 곁에 머물렀기 때문. 얍삽하고 교활한 인물을 가리켜 쥐에 빗대기도 한다.
 
4
쥐로 인한 전염병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일명 흑사병이라 불리는 페스트(plague)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질병 중 하나로 꼽힌다.
 
5
특히 중세 유럽에서 크게 유행해 수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정확한 사망자 수는 확실하지 않으나 당시 유럽 인구의 1/3 정도가 페스트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6
그렇다고 인간에게 쥐가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유의 부지런함과 번식력으로 부와 다산,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7
쥐는 작은 몸집에 걸맞게 신진대사가 매우 빠르고 열량 소비가 심하다. 가장 흔한 쥐인 시궁쥐(sewer rat)의 경우 심박수가 1분당 300을 넘어갈 정도다.
 
8
때문에 지속적으로 음식을 먹어 영양을 보충하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여기에 이빨을 계속 갈지 않으면 아래턱을 뚫을 정도로 자라난다고 하니, 쥐가 부지런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9
더 대단한 것은 쥐의 번식력이다. 보통 생후 12주만 넘어도 임신이 가능하며 발정기가 1년에 6번이 넘어간다. 한 번에 낳는 새끼 수 역시 6~12가량 된다.
 
10
이러한 번식력 덕에 최근에는 동물실험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포유류 척추동물이면서도 덩치가 작아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11
게다가 면역체계가 사람과 비슷하고 전적 유사성도 높다. 이에 매년 희생되는 쥐의 숫자만 6억 마리에 이른다.
 
12
우리가 누리고 있는 수많은 의학적 혜택 중 상당수는 쥐의 희생 덕으로 이뤄진 것들이다. 최근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나 세포 배양 등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는 과학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13
다산과 풍요의 상징, 질병의 주범, 동물실험의 희생양… 어쨌든 쥐는 인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은 분명하다. 그 생명력만큼이나 질긴 인간과 쥐의 인연, 인류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