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생각

[이광형의 미래학 향연] 좋은 유전자만 골라 편집된 ‘증강인간’ 출현…평균수명 90세

조조다음 2017. 1. 11. 08:13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다. 길거리 공중화장실에서 따뜻한 물로 손을 씻고 에어타월로 손을 말리고 나온다.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꿈같은 ‘호강’이다. 우리는 이러한 번영을 다음 세대에게도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 일반적으로 한 세대를 30년으로 본다. 30년 후면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40세 안팎이 되는 2047년이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미래변화 7대 요소 STEPPER를 기준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STEPPER는 사회(Society), 기술(Technology), 환경(Environment), 인구(Population), 정치(Politics), 경제(Economy), 자원(Resource)의 머리글자를 나타낸다.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2047년에는 더 이상 ‘수저론’이란 말이 없다. 그동안 정부가 지속적으로 양극화 해소와 공정한 사회 건설에 노력한 결과다. 그동안에는 성공을 위한 요소로 경제력과 출신 등의 인맥이 노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과 취업에서 영향을 주어서, 부가 세습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자리 잡았다. 정부는 소득불균형과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성장만으로는 소득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정부는 조세와 복지 정책을 이용한 직접적인 분배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정부는 복지 향상을 통해 사회양극화와 고령화 문제를 해소하는 통합적 발전전략을 추진했다. 조세부담률을 꾸준히 높여서 의료, 교육 등 사회안전망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저소득 계층에 수혜가 집중되는 방식으로 지출이 늘어나면서 소득불균형은 점차 감소되고 있으며 사회양극화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기술: 증강 인간과 기계와의 공존시대

2047년에는 인간의 배아 복제와 유전자 가위 기술은 일반화된 기술이 돼 있다. 또한 나쁜 유전자를 좋은 유전자로 갈아끼워서 새롭게 편집된 인간이 태어난다. 자연적인 인간보다 능력이 증강된 인간을 ‘증강인간’이라 부른다. 물론 한국에서는 이러한 출산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돈 많은 사람은 중국이나 러시아 인도에 가서 자신의 배아를 복제하거나 유전자를 편집한 배아를 출산해 가지고 온다. 이들 나라는 수준 높은 기술을 축적했고 전 세계로부터 막대한 부를 모으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인공지능(AI)의 수준이 인간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기계와 인간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살아야 한다. 기계를 잘 대접하고 활용하는 인간만이 기계의 도움을 받아서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게 될 것이다.

◆환경: 기후온난화를 늦추려는 노력들

파괴된 환경을 회복시키고 보존하는 노력에도 많은 성과가 있었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생물다양성 보존, 수자원 보존 등이 그 예다. 세계의 주요국들은 2015년 파리협약을 통해 온실가스 규제를 약속하고 2021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2047년의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상당 부분 성과를 보였다. 한국도 탄소배출 규제에 따라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저탄소 기술개발에 노력했다. 하지만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로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개도국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지만 특별한 대안이 없어서 거의 방관하고 있는 수준이다. 온실가스 배출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기후온난화는 지속되고 있다.


◆인구: 저출산 고령화에 적응된 사회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출산율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기대하는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47년에는 1년에 태어나는 어린이의 숫자가 2017년 40만명대 수준에서 20만명대 수준으로 줄어들어 있다. 2047년의 한국 인구는 5100만명 수준으로 현재와 비슷하게 유지된다. 2035년에 5200만명의 최고점을 찍고 감소하고 있는 중이다. 경제활동인구는 현재 3700만명에서 270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그에 비하여 65세 이상 노인의 숫자는 2017년 600만명에서 2047년 1500만명 수준이 될 것이다. 그래서 경제활동인구가 부양해야 할 부양인구(14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2017년 38%에서 80%로 증가한다. 2047년에는 평균 수명은 남녀 모두 90세 이상이 돼 있고, 노인이라는 개념이 변해 있다. 유엔이 1950년대에 정한 ‘65세 이상 고령자’라는 개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 디지털 민주주의와 남북평화 정착

대한민국은 2016년과 2017년에 있었던 정치적인 혼란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새로운 정치체제로 순항하고 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가권력이 적절하게 분산된 정치체제가 확립됐다. 국민들의 의견이 조금 더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디지털민주주의 개념이 반영됐다. 그리고 고령화사회로 인해 실버세대의 민주주의 독점이 지적됐다. 세대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래세대를 대변하는 정당의 활약도 눈에 띈다. 남북관계에서는 국가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을 따라 일관되게 발전하고 있다. 1989년 노태우정부가 발표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이다. ‘자주, 평화, 민주’의 원칙에 입각해 ‘화해협력-남북연합-완전통일’ 3단계로 통일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통일 방안과 방식에 대해 혼선이 있었으나 이제 평화체제 구축이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경제: 저성장 기조 속의 성장전략

2047년의 경제는 저출산, 고령화, 90세 수명, 저성장에 적합하게 최적화된 경제체제가 됐다. 소비 인구가 감소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국가적인 다이어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과거에 비해 고객이 줄었다. 택시 손님도 줄고, 식당 손님도 줄고, 극장 손님도 줄었다. 애완동물 숫자가 늘어서 소비의 주축이 되고 있다. 기존의 주력산업이 쇠퇴하고 새로운 성장산업이 나오면서 산업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지혜롭게 수용한 산업분야는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플랫폼의 개발과 보급이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헬스케어, 자율자동차, 안전산업, 지능서비스 산업들이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가의 부채는 꾸준히 증가해 미래세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중견기업, 중소기업, 벤처·창업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많이 변화했다.

◆자원: 기술개발로 에너지 생산국으로

2047년에도 전 세계는 셰일가스 덕분에 저유가 경제를 향유하고 있다. 그러나 셰일가스도 없는 한국은 대체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왔다.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수소에너지 등의 대체에너지 비율이 30%를 넘어섰다. 안전한 원자력발전소 운영에 대한 기술이 확보돼 값싼 에너지 공급이 가능해지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로 메탄하이드레이트 연구가 실용화돼 희망을 주고 있다. 한국은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거나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포획해 감축시키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전기자동차는 대세가 돼 있고 수소 자동차도 실용화 대량 보급 단계에 있다.

STEPPER 분야를 따라가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봤다. 양극화 해소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 접목돼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국내 정치도 안정되고 남북관계도 평화체제로 안정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으로 보면 2047년 겨울에도 길거리 공중화장실에서 따뜻한 물로 손을 씻는 ‘호강’은 유지될 것 같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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