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생각

[이광형의 미래학 향연] 비합리적 신념도 반복되면 뇌 속에 중독회로 생긴다

조조다음 2016. 11. 13. 07:17

최근 대한민국 정치를 보고 있으면 ‘영혼’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들은 통상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을 만나면 유사종교나 사이비종교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한다. 유사종교를 대입하면 상당 부분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사람의 ‘영혼’은 무엇이고, 왜 사람은 비합리적으로 비이성적으로 유사종교에 의지하게 되는 것일까.

◆영혼이란 무엇인가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계승한 스위스 정신과의사 카를 융은 영혼을 인간의 외부에서 들어와 생명의 원리로 작용하는 실체로 봤다. 영혼은 인간의 창조물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은 영혼의 활동을 통해 생명을 부여받는다고 생각했다. 이에 반해 현대에는 영혼은 물질의 한 속성이라는 이론이 나타났다.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생리작용에 의해 생긴 제반 정신활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타일러는 원시인이 꿈이나 그림자 같은 비물질적인 현상에서 영혼의 존재를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면과 꿈에서 볼 수 있듯이 육체와 영혼은 구분돼 있다고 믿었으며, 사람이 죽고 난 뒤에도 영혼은 독립해 활동하기 때문에 그것을 숭배하는 데서 종교가 비롯됐으리라 생각했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인간은 완전한 충족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인간에게는 충족되지 못하는 빈자리가 항상 남아 있고, 이 빈자리가 욕망을 일으키는 결핍이라 할 수 있다. 결핍은 소유와 존재의 두 가지 차원으로 나타난다. 소유의 결핍은 소유의 부족을 통해서 나타나고, 존재의 결핍은 완벽한 존재를 추구하는 욕망 속에서 나타난다. 인간은 이것에 도달하면 더 이상 부족한 것이 없을 것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 결핍은 채워지지 않는다. 충족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라 할 수 있다. 종교도 바로 끊임없이 채워지지 않는 결핍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결핍의 존재

중독이란 생물체가 특정물질에 노출될 경우에 해로운 증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신체적인 중독의 원인으로는 알코올, 니코틴, 진통제 등 약물이 있다. 정신적 중독은 갈망이나 탐닉처럼 습관적으로 추구하는 심리적 의존을 말한다. 여기서 심리적 의존이란 습관성과 유사한 개념으로 행위를 계속 사용함으로써 긴장과 감정적 불편을 해소하려는 것을 말한다. 인터넷 중독, 도박, 게임, 쇼핑 중독뿐만 아니라 유사종교에 심취하는 행위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언제나 결핍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외적인 자극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생물학자 에릭 켄들은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에 대한 연구 결과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뇌 속의 학습과 기억의 원리를 밝혔다. 기억이란 신경세포의 시냅스가 다른 신경세포의 수상돌기에 연결돼 만들어진다. 결국 기억이란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회로)에 의해 형성되고, 그 연결은 시냅스가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회로는 전류가 흐르면서 작동하는데, 반복 사용되면 시냅스 연결이 강화된다. 사람들은 이렇게 강화된 신경회로를 습관이라 부른다.

◆신경세포회로가 만드는 습관과 중독

인간이 행동에 즐거움을 느끼고 쾌락을 얻고자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뇌의 도파민 시스템에 따른 학습으로 이루어진다.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영역을 자극하면 인간은 쾌감을 느끼게 된다. 한번 쾌감을 느끼면 인간은 또다시 그 쾌감을 추구하게 된다. 이를 반복하다 보면 이에 관련된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이 강화돼 습관으로 발전하고, 사람들은 이것을 중독이라 부른다.
도파민 자극은 너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자극을 압도한다. 이러한 중독회로를 가지고 있는 뇌는 어떻게 하면 쾌락을 얻을 수 있는지 학습돼 있다. 즉 도파민을 분비해 줄 수 있는 물질을 자꾸 갈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카인 중독자의 뇌 속에는 코카인 중독회로가 형성돼 있다. 이 사람의 몸에 코카인이 들어가면, 이 중독회로는 도파민을 자극해 쾌감을 유발시키고, 또다시 그러한 약물의 유입을 갈망하게 된다.
외부 자극이 물질이 아니더라도 중독 신경회로는 만들어진다. 도박을 해서 돈을 크게 땄을 때의 쾌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됐을 때 느끼는 짜릿함, 평소 갖고 싶던 물건을 구입했을 때 경험하는 충만감도 뇌신경 회로를 형성하고, 반복이 되면 그에 관한 신경회로가 강화된다. 그래서 점차 그 행동에 중독되는 것이다. 정신적인 중독에는 도박, 쇼핑, 절도, 게임과 같은 행동이 포함된다. 아울러 칭찬이나 인센티브, 포상 등과 같은 행위도 도파민을 이용한 보상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결핍에서 시작되는 유사종교

인간은 원래부터 결핍의 동물이다. 그리고 사람은 특별히 더욱 어려운 시간을 만나면 그 결핍은 더 크게 느낀다. 다른 사람의 ‘위로’는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훨씬 수월하게 견딜 수 있게 도와준다. 실제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경우에는 다른 사람이 주는 위로의 말이 비록 빈말이라 하더라도, 크게 위로를 받고 힘을 얻게 되는 사례가 많다. 고통이 심하고 계속될수록 위로는 더욱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인간의 뇌 속에는 외부 자극과 도파민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회로가 형성된다.
즉, 뇌 속에서는 위로의 말이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것이다. 칭찬이 도파민을 자극하여 기분 좋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고통이 계속될수록 더 위로의 말을 추구하게 된다. 어느덧 뇌 속에는 신경회로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사종교에 심취하게 되는 시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실 부정과 구원은 특별히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비정상적인 강도 높은 위안이 반복되면 뇌 속에 중독 신경회로가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사이비종교에 경도된 사람들은 주위 사람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더욱 더 심취하는 경향이 있다. 그 사람의 뇌 속에는 중독회로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영혼은 뇌세포회로 속에 존재

인간의 영혼은 뇌 속에 존재할 것이다. 왜냐하면 신체의 다른 어느 곳에도 영혼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뇌를 해부해 보면 영혼이란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뇌세포로 가득 차 있을 뿐이다. 그러면 영혼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당초부터 영혼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단 말인가. 나는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 영혼의 주소지는 뇌세포회로일 가능성이 높다. 컴퓨터의 운영체제와 비슷할 수 있다. 컴퓨터 운영체제는 전자회로에 저장되어 있다. 그러나 전자회로는 자신들이 운영체제를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 전자회로에 전류가 흐르면 작동할 뿐이다.
인간의 영혼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한다. 뇌 속의 신경세포 각각은 자신들이 영혼을 간직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전기자극을 다른 세포에 전달할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신경세포회로 위에서 작동하는 것을 영혼이라 부른다. 기억 회로가 형성되어 있으면 그 영혼은 기억하는 것이고, 강화된 회로가 있으면 그 영혼은 습관을 가지는 것이고, 종교에 경도된 회로가 형성돼 있으면 그 영혼은 종교를 숭배하는 것이고, 도파민과 연결된 회로가 있으면 그 영혼은 중독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영혼도 미래 신경과학의 도움으로 정확한 주소지를 찾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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