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의 깊은 동굴 지하수에서 사는 도롱뇽 ‘올름(olm)’은 수명이 무려 100년이나 된다. 밤낮이 구분되지 않는 어둠 속에서 일평생 살아가는 올름은 알에서 성체로 자라는 기간만도 15년이다.
이와 반대로 세상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척추동물은 아프리카 남부 모잠비크의 사바나 지역 물웅덩이에 서식하는 송사리다. 길이가 약 3.1cm인 이 송사리의 정식 명칭은 ‘노토브란키우스 카들레치(Nothobranchius kadleci)’다. 약 15일의 부화기를 거쳐 깨어난 뒤 매일 자기 몸길이의 23%씩 자라 17일 뒤 알을 낳는다. 알로 태어나 후손을 남길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2일이다.
체코 연구팀 연구에 따르면 송사리의 생애가 이처럼 짧은 까닭은 극단적인 주변 환경 때문이다. 송사리가 사는 물웅덩이는 우기에 생겼다가 3, 4주 후 말라버린다. 이 기간에만 살 수 있는 송사리는 죽기 전 번식을 하기 위해 최단기간에 알을 낳는 특별한 생존방식을 갖게 된 것이다. 말라버린 물웅덩이 속에서 1년 넘게 잠들어 있던 알은 다음 해 비가 내리면 부화한다.
올름과 송사리는 ‘천천히 자라는 동물이 오래 산다’는 과학적 상식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송사리와 반대로 올름은 오래 살기 위해 진화했다. 올름이 서식하는 동굴은 먹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 번 먹이를 먹은 뒤 10년간 굶어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 이상 굶주릴 때는 자신의 내장을 흡수해서 버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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