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모기가 사람 기피하게 만드는 기술! (KISTI)

조조다음 2013. 7. 10. 05:18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유난히 모기에게 자주 물리는 사람들은 여름이 괴롭다. 하지만 모기에게 시달릴 걱정 따위 하지 않아도 될 날이 조만간 올지 모르겠다. 사람의 체취를 좋아하지 않는 유전자 조작 모기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 록펠러 대학과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HHMI) 소속의 과학자들이 모기의 후각 유전자를 조작해 사람의 체취와 곤충 기피제의 냄새에 대한 반응을 변화시키는 실험에 최초로 성공했다.

과학기술 전문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는 이번 연구 결과가 모기의 유전자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 외에도 모기들이 왜 그토록 사람의 체취에 끌리는지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대처법을 알려주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으로 모기를 매개체로 하는 질병의 퇴치에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연구진은 뎅기열과 황열병을 옮기는 역할을 하는 열대모기인 이집트 숲모기(Adedes aegypti)의 유전체(genome)가 지난 2007년에 완전히 해독되자, 이 데이터를 이용해 곤충의 후각과 관련된 오르코(orco)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실험에 착수했다. 오르코는 이보다 앞선 파리의 유전자 조작 실험에서 후각과의 관련성이 입증됐던 유전자다.

연구진은 모기의 오르코 유전자도 냄새를 맡는 데 필수적인 유전자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우선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ZFN(zinc-finger nuclease) 효소를 모기 배아에 주입한 후 성숙되기를 기다렸다가 돌연변이를 유발한 후 부화시켰다. 그 결과 이 돌연변이 모기들은 후각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뉴런(neuron)의 활동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 관찰 시험에서는 더욱 큰 변화를 보였다. 야생종의 열대 모기들은 사람과 다른 동물이 같이 있을 때 보통 사람에게 달려드는 데 반해, 유전자가 조작된 열대 모기들은 사람보다 다른 동물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유전자 조작 모기는 이산화탄소가 있는 곳에서도 사람의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했다. 이산화탄소 성분은 사람의 냄새를 맡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유전자 조작 모기들이 곤충 기피제(DEET, Diethyl meta tolumide)의 냄새도 맡지 못했다는 것이다. DEET는 벌레들을 쫓아버리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연구진은 10% 정도의 농도를 가진 DEET 용액에 담갔던 사람의 팔과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사람의 팔을 함께 노출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유전자 조작 모기들은 양쪽에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즉 유전자 조작 모기들은 DEET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록펠러대의 레슬리 보스홀(Leslie Vosshall) 박사는 “오르코 유전자가 한 가지 냄새에 대한 선호도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해 주는 것”이라며 “DEET와 관련된 반응까지는 사전에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미국 농무부와 미군이 공동으로 개발한 곤충기피제인 DEET는 50여 년 전 개발됐다. DEET 덕분에 군인들은 곤충이 옮기는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고 민간인들은 야영이나 야외 바베큐 파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DEET의 정확한 작용 메커니즘이 밝혀진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록펠러대의 연구진은 지난 2008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DEET의 분자표적을 찾아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표에 의하면 DEET는 Or83b라는 수용체를 차단해 마치 화학적 망토처럼 인간의 냄새를 은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간의 냄새를 숨겨 피를 빠는 곤충의 후각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인간이 선천적으로 좋은 향기와 악취를 구별할 줄 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곤충의 경우는 당연히 특정한 유전자가 특정한 냄새에 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과학계는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농업 발전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인류의 건강을 저해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곤충들을 막으려면 곤충의 냄새 감각을 무디게 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어 전략이라는 게 록펠러대 연구진의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진은 4종의 서로 다른 곤충종들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썩은 과일에 모여드는 습성을 보이는 초파리와 귤 해충인 지중해초파리, 옥수수 및 토마토 등에 피해를 입히는 왕담배나방과 인간을 흡혈하는 말라리아 모기 등이 실험대상이었다.

연구진은 4종의 곤충을 대상으로 후각과 관련된 유전자를 제거한 뒤 선호하는 대상을 같은 공간에 있도록 했다. 실험 결과 이들 곤충들은 예전의 선호하던 냄새들을 맡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연구진은 후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를 모기에서 제거한 다음 이를 다시 후각 유전자가 결여된 돌연변이 초파리에 전환시켰다. 그 결과 다른 종의 곤충에서 기인한 유전자라 해도 전반적으로 곤충들의 냄새 감각을 회복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만일 우리들이 이러한 유전자 정보를 냄새 수용체들의 운송을 화학적으로 저해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모기가 인간들을 인식할 수 없게 만들거나 해충이 농작물을 인식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스홀 박사의 말처럼 이런 연구가 질병이 전파되거나 곡식이 죽는 것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