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길

연습장에서는 프로, 필드에서는???

조조다음 2012. 9. 27. 09:19

 

 

연습장 프로 탈출하기

●“공3개를 치기 위해서 연습스윙을 최소한 5번에서 10번은 하게 합니다. 그래서 공이 있는 순간에도 연습스윙처럼 좋은 스윙이 나오기 시작하면 루틴연습을 시킵니다.”

지난 여름 일입니다. 오랜만에 필드레슨을 나갔습니다. 60대 후반에 사업을 정리하시고, 젊은 시절의 꿈이었던 그림을 그리며 지내는 분이었습니다. 출발을 기다리며 퍼팅연습을 같이 했습니다. 감각이 참 좋으신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돼서 1번 홀로 이동했습니다. 드라이버를 꺼내 들고 연습 스윙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리듬 좋고, 템포 좋고, 균형 좋고, 임팩트 이후의 움직임은 나쁘지 않은데, 백 스윙이 약간의 기술적인 문제가 있네. 구질은 어떨까?’

그 분이 티샷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늘 하듯이 루틴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티를 꽂고, 공을 올리고, 방향을 잡은 다음, 공 옆으로 돌아서서, 어드레스, 연습스윙 한 번, 바로 이어서 스윙. ‘딱’

그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연습 스윙을 보면 피니시에서 두 손이 이마까지 올라가 있었는데, 실제 스윙에서는 허리까지 올라오지도 않았습니다. 공은 아주 낮은 탄도로 날아가다가 떨어져서 굴러갑니다. 임팩트 직후에 스윙을 멈추는 것입니다. 1, 2, 3번 홀을 지켜보았는데, 모든 스윙이 그랬습니다. 부드럽고 우아한 연습 스윙과 딱딱하게 부러지는 듯한 실제 스윙.

네 가지 스윙

생각해 보면 골프 스윙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연습 스윙, 연습장에서의 스윙, 필드에서의 스윙,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서의 스윙. 네 가지 스윙의 차이는 간단합니다. 스윙 직전에 느끼는 마음의 부담감 차이입니다. 연습 스윙은 좋은데 공만 있으면 달라집니다.

사실 누구라도, 심지어 투어프로라도 이 네 가지 스윙은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골프실력이 늘어나고 스윙이 좋아진다는 것은 이 네 가지 스윙이 점점 닮아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분의 연습 스윙과 필드 스윙은 너무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 홀을 걸어가면서 최근의 라운드 경험에 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거리가 줄면서 골프재미가 많이 줄었다고 하십니다. 매번 스윙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거리가 더 날까’를 고민하신다고 하십니다.

거리를 더 내고 싶은 것은 모든 골퍼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문제는 그런 생각이 어떤 동작으로 연결되는가 입니다. 거리를 더 내기 위해서는 임팩트 순간에 클럽헤드의 속도를 빠르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멀리’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골퍼들은 클럽헤드를 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힘껏 때리는’동작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골프에서 ‘때리는’ 스윙을 하고 있으면 그 목표물은 공이 되는 것이고, 임팩트 이후에는 스윙이 멈추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지금부터 공을 때린다는 생각을 하지 마세요. 대신 클럽헤드가 공이 있는 지점을 지나간다고 생각하세요. 연습 스윙을 두 번 하면서 지나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지나간다. 지나간다. 실제 스윙에서도 ‘지나간다’라는 생각을 하세요.”

그리고 나서 매 홀 티샷을 준비할 때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지나간다’를 영어로 표현하면 ‘Swing at it’이 아니라 ‘Swing through it’입니다. (공을 향해 스윙하지 말고, 공을 지나가도록 스윙하라.)

차츰 실제 스윙이 끝나는 지점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거리도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후반을 시작할 때쯤에는 어깨높이까지 올라왔고, 거리도 1번 홀의 거리보다 두 배로 늘어 있었습니다. “생각하나 바꾸는 것이 이만큼 차이가 나는군요.” 그 분의 말씀이었습니다.

스윙레슨을 해보면 누구라도 연습스윙을 고치는 과정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새롭게 익힌 좋은 연습 스윙을 어떻게 하면 공이 있는 순간에도 나오게 하느냐입니다.

골프선생님으로서 한 가지 믿음은 있습니다. ‘연습 스윙이 좋은 사람은 어느 한순간의 깨달음으로 필드에서도 좋은 스윙을 할 수 있다. 그게 1분 후인지, 한 달 후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인내심을 잃지 않고, 재미있게 그 순간까지 같이 나가는 것이다.’

골프선생님의 꿈

먼저 좋은 연습 스윙이 몸에 완전히 익게 연습을 많이 하게 합니다. 공3개를 치기 위해서 연습 스윙을 최소한 5번에서 10번은 하게 합니다. 그래서 공이 있는 순간에도 연습 스윙처럼 좋은 스윙이 나오기 시작하면, 루틴연습을 시작합니다. 공 하나를 치기 위해서는 실전에서와 같이 연습 스윙을 해야 합니다. 실전에서 연습 스윙을 두 번 하시는 분이라면 연습스윙 두 번 이후에 공을 하나 치게 합니다. 그렇게 실전 스윙에서의 과정을 통째로 연습을 해야 나중에 필드 스윙도 연습 스윙을 닮아갈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많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준비가 되면 바로 필드로 나가서 스윙지도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언젠가 골프아카데미가 골프장을 소유하는 날이 올 거야. 그러면 필요할 때 바로 필드로 나가서 레슨을 해야지. 라운드 중인 고객들도 멈춰 서서 우리를 구경하고 있겠지. 왜냐하면 그 분도 가끔은 나와 같이 필드에서 레슨을 받으시는 분일 테니까….’

꿈은 이루어집니다. 그게 1년 후인지 10년 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열심히 일했으니, 저의 꿈에 하루 더 다가갔을 거라고 믿어 봅니다.

출처 : 이코노믹리뷰, 박경호의 Private Golf Le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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