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식충식물 네펜데스가 곤충을 잡는 원리를 활용해 해양에 유출된 기름을 회수하는 기름 뜰채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극한소재연구센터 문명운 책임연구원 연구팀과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정석 교수 연구팀은 저유황유 등 점도가 높은 유출유에 대응하기 위해 셀룰로오스 소재를 이용한 친환경 기름 뜰채를 개발했다.
황 함량이 0.5% 이하인 저유황유는 현재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따라 2020년부터 선박 연료로 쓰이고 있다. 대기오염의 주원인인 황산화물의 발생을 억제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저유황유는 점도가 매우 높고, 차가운 해수와 만나면 고체처럼 딱딱해지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고형화된 저유황유는 기존의 기름 회수 장비로는 제거하기 어려워 유출될 때를 대비한 새로운 방제기술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굳은 저유황유를 제거할 때 직접 떠서 제거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 보고, 식충식물인 네펜데스가 곤충을 잡는 원리에서 착안해 뜰채를 만들었다.
네펜데스의 포충낭(주머니 형태로 변형된 잎) 표면에는 섬모가 있는데, 곤충들은 네펜데스의 화려한 색과 향기에 끌려 포충낭 입구로 왔다가 섬모에 미끄러져 포충낭 안의 소화액으로 떨어진다. 섬모는 물을 쉽게 흡수해 ‘물 윤활(표면과 물질 사이에 물막을 형성해 마찰과 점착이 제어됨)’ 층을 견고하고 두껍게 유지하고 있어, 곤충의 발바닥이 미끄러진다. 소화액에 빠진 곤충은 네펜데스의 영양분이 된다.
연구팀은 셀룰로오스 소재의 막에 네펜데스의 섬모 구조를 모사한 나노 섬모를 제작해, 단단한 물 윤활층이 소재 표면에서 유지되도록 했다. 이 소재로 뜰채를 만들자 기름이 쉽게 미끄러지고 물은 잘 통과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또 연구팀은 실제 효과를 확인해보기 위해 저유황유 바다 기름 유출 현장에서 기름 회수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하루에 1t 규모의 기름을 수거할 수 있었다. 이 뜰채는 견고한 물 윤활층을 유지하며 수백 번 사용해도 성능 저하 없이 작동했다.
문 책임연구원은 “본 기술은 식물의 구조를 소재에 모사해 성능과 내구성을 모두 향상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기름 뜰채나 유출유 회수기와 같은 오염 방제기기 뿐만 아니라 기름제거용 장갑이나 작업 의류에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재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드스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5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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