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여름 필수품 선크림… 산호 세포 파괴하는 ‘독’

조조다음 2022. 7. 15. 06:30

여름이다. 코로나19의 맹위도 한풀 꺾여 많은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기다리고 있다. 조만간 바캉스를 즐기기 위한 인파가 
전 세계 휴가지를 뒤덮을 예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의 방문이 그리 달갑지 않은 존재가 있다. 해양 생태계의 한 축인 산호가 그 주인공. 사람들이 바르는 선크림 때문에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다.
선크림의 성분인 ‘옥시벤존’이 산호를 위협한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연구로 밝혀진 바 있다. 때문에 하와이, 팔라우, 태국 등 세계 각지에서는 문제의 성분이 함유된 선크림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다만 산호가 피해를 입는  정확한 메커니즘에 대해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었다.
최근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옥시벤존이 산호에 영향을 끼치는 메커니즘을 밝혀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산호와 유사한 말미잘을 크게 세 분류로 나눴다. 자외선(UV)과 옥시벤존(oxy)의 유무가 구별기준이었다.

그 결과 자외선(UV)과 옥시벤존(oxy)을 모두 경험한 말미잘은 17일 내로 모두 죽었으나, 그렇지 않은 말미잘은 생존할 수 있었다. 결국 자외선(UV)과 옥시벤존(oxy)이 만나면 말미잘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옥시벤존은 원래 자외선을 흡수해 열로 방출하며 피부를 보호하는 성분이다. 그런데 말미잘의 대사과정 도중 생기는 포도당과 만나면 독성물질로 바뀐다. 흡수한 빛에너지를 발산하며 주변 세포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나마 평소에는 산호가 독성물질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산호와 공생하는 미생물들이 내부에 독소를 품어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온 변화로 백화현상이 생긴다면? 스트레스로 공생조류들을 쫓아내 하얗게 된 산호는 독성물질로 인해 더 빨리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에 옥시벤존이 첨가되지 않은 친환경 선크림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자외선을 차단하는 다른 화학성분들 역시
옥시벤존과 비슷한 구조를 지녔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유기화합물을 배제하고 산화아연, 이산화티타늄 등 무기화합물을 기반으로 하는 선크림은 어떨까. 화학적 방식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자외선을 산란시켜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산호에 끼치는 영향이 100% 안전한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활성산소를 생성하는 등 인체에 유해하다는 논란 역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미 국립공원관리청은 매년 미국 해안을 거치는 선크림이 무려 6천 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구에서 가장 큰 생물이라는
대왕고래 50마리에 해당하는 양이다.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선크림이 바다를 오염시킬지 두려울 정도.
여기에 온난화로 인한 백화현상은 선크림에 대한 산호의 저항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결국 산호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진정한 친환경 선크림 개발이 시급한 상황.
옥시벤존의 산호 파괴 메커니즘을 밝힌 이번 연구가 그 신호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