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 하며

실수를 저질러라, 두 배로 실패하라

조조다음 2021. 11. 18. 06:35

“실수를 저질러라, 두 배로 실패하라” 


1999년, 신생 비디오대여업체 넷플릭스가 월정액제도를 도입하기 전까지 미국 영화DVD 시장은 선발회사 블록버스터의 독무대였습니다. 매달 일정한 돈을 내면 무제한 DVD를 빌려 볼 수 있게 한 것은 산업을 통째로 바꾼 혁명이었습니다. 후발주자를 얕봤던 블록버스터가 2004년 뒤늦게 월정액제도를 따라갔지만, 이미 넷플릭스로 기울어진 흐름을 뒤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0월15일자 A30면 <맥도날드 왕국 차지한 레이 크록의 ‘결정적 한방‘> 기사는 무자비한 비즈니스 전쟁에서 승리한 기업들의 결정적인 순간을 소개했습니다. ”손자(孫子)는 ’적을 약탈하라. 군량 한 수레를 약탈하면 20수레의 군량을 얻는 것과 같다‘고 조언했다. 본국에서 군량 한 수레를 수송하려면 엄청난 자원이 소모된다.“ 마찬가지로 우월한 제공물로 기존 고객을 뺏어오는 것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로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것입니다. ”넷플릭스는 바로 적 진영을 약탈하는 일을 했다.“

미국의 인기 팟캐스트 ‘비즈니스 워’ 진행자인 데이비드 브라운은 “유능한 전사(戰士)는 질 수 없는 곳에 자리 잡는다”고 한 손자의 어록을 강조합니다. “비즈니스 전쟁에서 승리한 기업들은 수많은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비전을 가지고, 현재의 좋은 입지를 기꺼이 포기할 줄 알며, 적재적소에 통제력을 확보해 틈새를 공략하고, 때로는 과감히 상대의 약점을 활용하거나 교활한 술책을 쓰는데 주저함이 없는 면모를 보였다.”

그래야 하는 건 시장의 주파수(周波數)가 계속 바뀌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를 올바른 주파수에 맞추지 않으면 전쟁은 끝장난 것이나 다름없다. 현명한 리더일수록 어떤 것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부터 출발한다.” 패션시장의 새 승자로 떠오른 H&M과 자라가 그 전형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컬렉션 출시주기가 몇 달 단위로 늘어져 고객 취향 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던 선발업체들을 ‘몇 주 내 출시’로 제압하면서 패션산업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패션에서 ‘맞는’ 옷은 없다. ‘지금 맞는’ 옷만 있을 뿐이다.”

브라운은 “어떤 비즈니스 전쟁의 승자도 결코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거듭 일깨웁니다. “약점이 없어 보이는 기업도 줄 하나에 매달린 지경에 몰릴 수 있다. 누구도 그 줄을 보지 못할 때만 안전하다.” 회사에 불만을 품은 필수인력이나 새로운 제품으로 바꿀 준비가 된 불만스러운 고객 기반 같은 약점은 적들에게 좋은 먹잇감입니다. “경쟁자의 약점을 찾을 때는 먼저 그 리더들을 살펴라. 그들의 결함이 당신에게 최대의 기회를 제공한다.”

“정말로 잘 살펴보면 하룻밤 사이에 이뤄진 것처럼 보이는 성공도 대부분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졌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도 곱씹을 만합니다. “뛰어난 비즈니스 리더들의 장기적인 성공은 우리가 종종 알게 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단기적인 실패를 수반했다.” IBM의 토머스 왓슨이 “성공의 비결은 단순하다. 두 배로 실패하는 것”이라고 말한 이유입니다. “실패를 통해 낙담할 수 있지만 거기서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니 앞으로 나서서 실수를 저질러라. 가능한 모든 실수를 저질러라.”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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