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를 둔 부모는 항상 노심초사다. 놀다보면 다쳐서 상처가 생길 수도 있는데, 혹시라도 흉이 질까 걱정된다. 특히나 얼굴에라도 상처가 나면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비단 어린이뿐일까. 고된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면 몸 여기저기에 아물고 남은 흉터가 있는 경우가 흔하다.
상처는 대개 흉없이 아물지만 진피까지 다친 깊은 상처는 어김없이 흉터가 된다. 훙터는 피부 조직이 손상을 입어 조직이 변화된 상태이다. 따라서 처음 상태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이미 자리 잡은 흉터는 수술이나 약으로 없앨 수 없다. 조금 완화할 수는 없겠지만 완벽히 없애지는 못한다. 그런데 최근 상처 회복과 관련된 섬유아세포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흉터를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흉터는 진화의 산물
어떤 생물은 상처가 나거나, 심지어 신체 일부가 잘려나가도 그대로 재생하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 왜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은 그렇게 하지 않을까?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인간에서도 태아는 진피가 손상되는 상처를 입어도 흉터를 남기지 않고 회복한다. 자라면서 이런 능력을 점점 잃는 것이다.
진화적으로 봤을 때 생존과 번식에는 피부의 완벽한 재생보다는 흉터를 남기는 쪽이 그나마 낫다고 한다. 만약 심한 상처가 낫는데 완전히 아물 때까지 기다린다면 감염과 염증에 취약해진다. 그러니 흉터가 생기더라도 외부에서 세균이 들어오지 못하게 빨리 봉합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처가 났을 때 회복에 관여하는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조작하면 태아처럼 온전히 낫도록 할 수는 없을까?
피부에는 여러 세포가 있는데, 그중 상처 회복에 관여하는 세포는 섬유아세포다. 섬유아세포는 세포와 세포 사이의 틈을 메워 물리적으로 조직을 지지하거나 세포를 에워싸서 세포가 튼튼하게 살아가는 환경을 조성하는 생체고분자의 집합체인 세포외기질과 콜라겐을 합성하는 세포다. 그렇기에 동물 조직의 구조적 틀을 만드는 기본적인 세포다. 피부의 섬유아세포 역시 결합 조직을 생성한다.
신호 조작으로 흉터 없는 상처 치료 가능하다
그런데 미국 스탠퍼드대 마이클 롱가커 교수팀 피부의 섬유아세포도 또다시 여러 종류로 나뉘며 그중 ‘EPF’와 ‘ENF’라는 섬유아세포가 흉터 형성과 연관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음으로 온전한 피부의 진피에는 ENF가 많은데, 흉터에는 EPF가 많다는 사실도 아울러 알아냈다. 이런 결과는 상처가 났을 때 EPF 대신 ENF가 회복에 관여하도록 하면 흉터를 남기지 않고 치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롱가커 교수팀은 실험용 쥐의 등에 상처를 낸 뒤 상처 부위에서 활동하는 섬유아세포를 조사했다. 그러자 원래는 진피에 있던 ENF가 상처가 생기면 EPF로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추가 연구를 통해 상처가 생기면 특별한 신호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상처로 세포들 사이에 변화가 생기면 이를 감지하는 YAP, 또는 YAP1이라는 단백질 센서가 활성화된다. 이 YAP 센서는 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발현하는 데 그 결과로 ENF가 활성화되어 EPF로 바뀌어 상처를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다. 만약 YAP 센서가 작동하지 않도록 한다면 EPF도 활성화되지 않을 테고 그러면 ENF가 상처 치료 과정에 관여할 것이다.
연구진이 YAP를 억제하는 제제인 베르테포르핀(verteporfin)을 쥐의 상처에 주사하자 정말로 흉터가 남지 않는 느린 회복 과정이 진행됐다. 만약 이를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면 근미래에는 흉터 없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오늘날은 과거와 달리 상처를 입어도 빠르게 치료하지 않아도 될 만큼 위생적이고 의료기술이 발달한 만큼 느리지만 흉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글: 정원호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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