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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것엔 언제나 손이 간다 입에 넣고 싶다 달콤한 말들이 퍼지도록 오래오래 씹고 싶다
- 신혜정 [껌을 씹는 오후 네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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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기도 좋고 맛도 좋은 껌은 오랫동안 인류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2017년 기준, 국내 껌 시장 규모만 약 2,380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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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껌이 최근 인류 조상의 삶을 유추할 수 있는 귀중한 연구 자료로서 각광받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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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뉴욕타임즈, 가디언 등 외신들은 최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5,700년 전 인류가 씹던 껌에서 유전체를 검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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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남부에 위치한 롤란섬은 북유럽 최대의 석기시대 유적지 중 하나다. 이 곳을 탐사하던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깊숙한 진흙 구덩이에서 검은 물체를 하나 발견했다.
누군가가 씹은 자국이 남은 타르(tar) 덩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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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껍질에 열을 가하면 나오는 타르(birch tar)는 당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질 중 하나였다. 일종의 천연 접착제로서 다방면에 걸쳐 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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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째서 접착제로 쓰이는 타르를 껌처럼 씹었던 것일까? 연구진은 이에 대해 “치통 등 질병을 견디거나 치아를 깨끗이 하기 위해 껌처럼 이를 씹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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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그 주인공은 어두운 피부색과 짙은 갈색 머리카락 그리고 푸른 눈을 가진 여인으로 판명됐다. 연구진은 5,700년의 이 여인에게 롤라(Lola)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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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또한 롤라가 유럽 본토에서 올라와 정착한 이들의 후손일 것으로 추정했다. 짙은 피부, 푸른 눈 등은 당시 본토 유럽인에게서 나타난 유전적 특징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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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에 대해 큰 환호를 보내고 있다. 고대 인간 유전체 전체를 뼈가 아닌 곳에서 추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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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6천 년 전의 인간 DNA를 온전히 구할 수 있었던 것은 관련 연구에 있어 큰 행운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이와 함께 공개된 다른 발견 역시 그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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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롤라의 DNA와 함께 헤이즐넛과 청둥오리의 DNA, 각종 바이러스와 병원균 등을 같이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당시 인류의 생활과 식습관, 건강 등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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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6천 년 전과 현대를 잇는 연결고리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 가고 있다. 씹다 버린 껌 조각 하나가 졸지에 중요한 과학적 성과가 돼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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