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가상현실에 빠져든 젖소는 과연 행복할까? (KISTI)

조조다음 2020. 3.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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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는 아득히 먼 미래의 이야기를 다룬다. 인류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인공지능은 매트릭스라는 가상현실을 만들어 인간을 복속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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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인간을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 쓰기 위해서다. 매트릭스 속 인간은 가상현실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 기계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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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와 비슷한 연구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면 어떨까? 영화 속 황당한 상상력이 아니다. 실제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한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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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래프, BBC,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모스크바 농식품부는 농장의 젖소들에게 VR 헤드셋을 씌우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우유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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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헤드셋을 쓴 젖소는 드넓은 초원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보다 실감나는 경험을 위해 IT 전문가는 물론 수의사와 농부까지 동원된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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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는 어떨까? 우유 생산량에 있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젖소의 불안을 덜어주는 등 기분을 좋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에 연구진은 장기적 관점에서 관련 실험을 이어나갈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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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많은 농부와 과학자들은 우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거나 마사지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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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행된 VR 헤드셋 착용 역시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연구가 성공한다면, 넓은 사육공간을 확보하기 힘든 농부들의 근심을 조금은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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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상현실을 통해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발상이 처음은 아니다. 오스틴 스튜어트 아이오와 주립대학 교수는 지난 2014년 제2의 가축(Second Livestock)이라는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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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좁은 우리 속 닭에게 VR 헤드셋을 씌워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듯한 착각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도가 정말 동물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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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부정적 의견 역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말 동물의 행복을 위한 기술이 아닌, 인간의 이윤을 위해 거짓된 진실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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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과 현실의 괴리감을 동물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궁극적으로 여유롭고 편안한 사육환경을 확보하는 것만이 진정한 해결책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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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거짓된 현실이나마 동물의 스트레스 감소라는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상현실과 동물복지의 관계, 기술의 발전이 빚어낸 새로운 고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