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홍역, 백신을 맞을까? (KISTI)

조조다음 2020. 3. 4. 06:30



최근 홍역에 관한 이야기로 시끌시끌하죠. 홍역이란 무엇일까요? 백신 접종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냥 과민반응일까요?


홍역은 바이러스입니다. 단백질 겉껍데기, RNA, 그리고 생식을 위해 필요한 약간의 단백질로 되어있죠.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번식하지 못하고, 숙주 세포가 필요합니다. 홍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면역체계에 대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면역체계에 대한 그림은 이전에 이미 보여드린 바 있죠. 홍역과 관련이 있는 부분만 떼어내서 보도록 하죠. 홍역 바이러스는 코, 입, 또는 눈을 통해 사람의 몸으로 들어갑니다. 홍역 감염은 폐에서 시작하죠. 홍역 바이러스는 우리 면역체계의 최전선인 대식세포를 우선 공격합니다. 대식세포는 강력한 면역 세포로, 폐를 외부 항원으로부터 보호하죠. 바이러스는 대식세포에 침투하여, 세포를 점령합니다.


하지만 면역체계에는 이러한 바이러스 감염에 대응할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살해세포죠. 이 세포들은 몸속을 순찰하면서 다른 세포가 감염되었는지를 검사합니다. 감염된 세포를 찾아내면, 자연살해세포는 해당 세포에 자살을 명령합니다. 이 과정은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에, 첫 열흘 정도는 홍역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쯤 되면, 홍역의 무서운 점이 나타납니다. 몇차례 싸우고 죽기를 반복한 대식세포는, 면역세포의 지휘관인 수지상세포를 부릅니다. 수지상세포의 임무는 침입자의 표본을 수집하여 림프구에 전달, 팀워크를 통해 감염을 매우 빠른속도로 퇴치하는 강력한 무기를 가동합니다.


그러나 홍역 바이러스는 무시무시한 전술을 사용합니다. 홍역 바이러스는 수지상세포를 감염시켜, 몸 속 구석구석까지 침투할 트로이목마로 이용합니다. 감염된 수지상세포는 다른 면역세포를 깨우기 위해 림프절로 이동합니다. 림프절에 도착하면, 홍역 바이러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T세포와 B세포를 감염시킵니다. 바이러스와 싸우라고 만들어진 시스템, 그 자체를 감염시키는 거죠.


이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갑니다. 림프계는 바이러스를 몸 전체로 퍼뜨리고, 순환계를 지나며 만나는 세포를 감염시킵니다. 홍역은 비장, 간, 창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폐를 감염시킵니다. 감염으로 인해 고열, 두통, 어지러움, 기관지염,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폐에서는 면역체계가 그럭저럭 잘 견디고 있었죠. 그러나 이제 수백만의 바이러스가 2차 공격을 해 옵니다. 셀 수 없는 세포가 쓰러지고, 방어체계가 무너집니다.


이 단계가 되면, 환자는 기침을 통해 수백만개의 바이러스를 퍼뜨리게 됩니다. 이 단계의 홍역에는 전염성이 매우 높아서,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이 접촉했을 때 약 90%의 확률로 감염됩니다. 폐를 지켜주던 면역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얼씬도 못 하던 다른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폐를 통해 침입, 위험한 합병증을 일으킵니다.


이는 곧이어, 홍역으로 인한 사망의 가장 흔한 원인인 폐렴으로 발전합니다. 환자의 면역체계는 심각하게 손상되었습니다. 다양한 방어체계가 손상되거나 완전히 무너졌고, 바이러스는 온 몸으로 퍼져나가, 몸 전체의 피부를 감염시킵니다. 홍역으로 인한 발진이 이제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드문 경우지만, 홍역 바이러스가 뇌로 침투하여 뇌를 감염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치사율이 20~40%에 이르며, 치료 후에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도, 환자의 몸은 포기를 모르고 반격합니다. 여기까지 운좋게 살아남은 수지상세포는 면역체계의 바이러스 대응군을 깨웁니다. 림프절의 형질세포는 수억개의 항체를 생산합니다. 항체는 감염된 세포를 표시하거나, 바이러스를 덩어리로 묶어버립니다.


이어서 킬러T세포가 몰려와서 감염된 세포를 쓸어버립니다. 2주에서 3주 정도 지나면, 감염을 밀어내고 면역체계 쪽이 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하지만 면역체계는 이미 많이 쇠약해져서, 수 주 내지는 수 개월의 회복기가 필요합니다. 그동안은 다른 질병에 취약한 상태가 되는 것이죠.


하지만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환자는 홍역에 '면역'입니다. 면역체계는 바이러스를 영원히 기억합니다. 홍역은 장난이 아닙니다. 전 인류의 84%가량이 홍역 예방접종을 받았음에도, 2014년 한해동안만 122,000명이 홍역으로 사망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예방접종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 어리거나, 다른 화학치료를 받고 있거나, HIV에 감염되었거나, 백신에 알러지가 있는 경우죠. 이들은 홍역 감염을 피하기 위해 우리의 도움(집단면역)이 필요합니다.


홍역 예방접종은 안전하고, 저렴하며, 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홍역에 걸려서 이득될 것은 없죠. 면역체계가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딱히 자연적인 것도 아닙니다.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다고 합니다.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죠.


하지만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나는 홍역 예방접종을 거부함으로서 내 아이와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가? 불행히도,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지는 맙시다. 서로 협력하여 이 바이러스를 몰아냅시다. 함께라면 우리는 이 무시무시한 괴물을 물리치고, 놈들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역사책의 한 구석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