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 하며

오늘도 진행되는 인류의 이기적 욕망 /이규열

조조다음 2017. 8. 20. 08:10

욕심이 낳은 부의 양극화, 극복의지·대책 없으면 공멸

정부의 불평등 해소 정책, 5년 뒤 어떤 평가 받을지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자연의 경이로운 자태에 감탄하며 여행을 즐기지만 때로 그 자연은 무서운 재해의 모습으로 우리의 생명을 앗아간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경이로움만 주는 곳은 아니다.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자연의 훼손 위에서 이루어졌고 이러한 인류 문명의 개발사에 복수라도 하듯이 자연은 쓰나미로 지진으로 폭우로 가뭄으로 또는 다양한 바이러스로 인류를 공격해오고 있다. 자연과 인류의 관계는 상호보완의 관계가 아니고 언제나 인류가 자연을 이용하고 수탈하면서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인류 문명사의 근원이 되는 자원에너지 대부분은 자연으로부터 빼앗아 온 것이지만 인류는 자연의 고마움과 무서움을 모르는 채 살아가고 있다.

   

자연의 고마움을 모르는 채 자연을 파괴하는 인류의 이기주의는 자본주의의 발달 속에서 부의 양극화를 만들고 불평등한 빈부 격차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100여 년간 과학과 문명의 발전과 함께 세계 경제는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 왔지만 확대된 경제의 이득은 일부 소수자에게만 돌아가고 있다. ‘냉정한 이타주의자’의 저자인 윌리암 맥이스킬에 의하면 미국 최상위 1%의 연 소득은 34만 달러이지만 전 세계 상위 1%의 연 소득은 5만2000달러이며 전 세계 하위 20%인 12억2000만 명은 하루 1.5달러의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거대한 불평등’의 저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이런 불평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상위 1%도 망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 조세정책, 금융정책, 정치적 판단이 더욱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학자들은 인류의 오래된 이기적 욕망을 이타주의로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국가 간의 이윤추구적 실리 외교와 국가 내의 잦은 정권교체로 인한 정책변화 속에서 그 심각성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향후 20~30년간은 더욱 불평등과 양극화는 진행될 것이다. 새 정부도 이러한 불평등 해소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펴고 있지만 그 성과는 5년 뒤 어떻게 나타날지 미지수다. 비정상적 국가인 북한과 주위 강대국과의 실리외교 속에서 우리의 운명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얼마 전 고리 핵발전소를 다녀왔다. 관여하는 문학 잡지의 탐방지로서 최근 원전의 폐지 논란으로 사회적 이슈가 된 고리 핵발전소를 다루기 위해서 편집진과 함께 탐방하게 되었다. 고리는 원래 어촌마을이었으나 1971년 핵발전소 1호기의 기공식이 있었던 이후 고리에 살던 어민들은 서생면 골매마을, 기장군 월정부락, 고리 주변의 길천과 월내 등으로 이주해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0년 한수원은 서생면 골매마을, 비학마을, 효암마을에 신고리 핵발전소 건설을 고지했다. 고리에서 골매로 이주해 와서 살고 있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할 운명에 처했다. 핵발전소의 유해성과 싼 전기료의 주 에너지라는 찬반논란 이면에는 고리와 골매마을 주민들의 슬픈 이주사가 숨겨져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정수희 에너지정의행동활동가는 고리원전으로 인해 싼 전기를 공급받았던 국민이 이제 대체 에너지에 적극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깊은 부끄러움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으며 탈원전으로 인해 전기료와 물가가 오르고 생산성이 일시적으로 떨어진다 해도 국가의 운명을 길게 내다보는 국민적 관심사가 필요함도 느꼈다. 어떤 정책의 변화나 대체 에너지가 나와도 그 틈새에서 소외당하는 계층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인류의 슬픈 그늘을 가진 채 인류의 이기적 욕망은 오늘도 진행되고 있다. 자연 속에서, 도시 속에서, 우리 주위에서, 언제나.

동아대의대 교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