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생각

문자는 인류 ‘연결’의 시작… 이젠 AI·IoT가 ‘초연결 사회’ 주도

조조다음 2017. 2. 6. 08:14

[이광형의 미래학 향연] 〈17〉 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는 ‘연결’


호모사피엔스는 약 20만년 전부터 지구에 살기 시작했다. 다른 유인원과 마찬가지로 동물을 잡아먹고, 또한 잡아먹히던 호모사피엔스에게 언어 사용이라는 돌연변이가 일어났다. 약 7만년 전의 일이다. 언어를 사용하게 되자 사람들 사이가 ‘연결’됐다. 다른 유인원과 동물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 호모사피엔스는 결국 지구를 정복하고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짐승을 사냥하며 떠돌이 생활을 하던 호모사피엔스가 1만5000년 전부터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정착생활을 하게 됐다. 그리고 약 5000년 전부터 세계 문명발생지를 중심으로 문자 사용이 시작됐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연결’의 시작이다.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와 문자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씨족사회와 부족사회를 형성하고 나아가 국가 형성으로 발전하면서 인간관계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2500년 전쯤에는 동양의 공자와 맹자, 인도의 석가모니, 그리고 오리엔트 지역의 조로아스터 등의 현자들이 출현해 생활 규범을 가르쳤고, 이것들은 종교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르침은 소수의 성직자들만이 읽을 수 있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크게 번성해 웅장한 신전과 궁전을 하늘 높이 세웠다. 특히 신과 더욱 가까이 소통하기 위해 높은 바벨탑을 세우고 그 위에 신전을 세우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에 실망한 신은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하는 벌을 내렸다. 바벨탑 건설은 혼돈에 빠지고 사람들은 불신과 오해 속에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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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다양한 문자.


“나라말이 중국말과 달라 문자로 서로 통하지 아니한다. 이런 이유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자가 많다.” 1446년 세종대왕이 한글의 창제 이유를 설명한 글이다. 훈민정음 반포 이후에 쉬운 글을 읽고 쓰게 된 백성들은 자신들의 뜻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연산군 시절에 한글로 된 익명의 투서가 발견됐다. 연산군은 투서한 범인을 색출하려고 했다. 범인이 드러나지 않자 조선팔도에서 한글을 아는 사람들을 모두 조사해 한글 필적을 써 올리게 했다. 이와 함께 ‘언문(한글)은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말고, 배운 자는 쓰지 못하게 하라’는 한글 금지령을 공포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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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과 구텐베르크의 ‘연결’

훈민정음이 반포된 이후인 1450년쯤 독일의 금속세공업자 구텐베르크는 금속활자를 개발해 성경을 인쇄하기 시작했다. 고려의 ‘직지심결요체’보다 70년 늦게 발명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중세 암흑시대를 깨우는 망치 역할을 했다. 1400년쯤의 필사본 성경 한 권의 가격은 약 60굴덴에 달했다. 이것은 조그만 농장 하나와 맞먹는 가격이었다. 구텐베르크는 1455년에 ‘구텐베르크의 성경’을 출판했고, 그의 인쇄 방법은 전 유럽으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 구텐베르크의 인쇄 방식으로 출판된 책은 지식 전달의 속도와 양을 혁명적으로 증가시켰다.

1500년쯤에는 성경책의 가격이 5굴덴으로 떨어졌다. 약 2000년 동안 지속되던 정보독점시대가 종말을 맞게 된 것이다. 인쇄술 덕분에 일반 대중도 성경 등의 책을 읽을 수 있게 돼 정보의 공유가 시작되고 권력의 분산이 시작됐다. 이러한 정보유통은 종교개혁, 인본주의, 르네상스, 민주주의 등의 사상혁명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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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을 가져온 인터넷

신문과 방송의 발달로 정보의 유통은 획기적으로 빨라지고 정보의 공유현상이 가속화됐다. 권력의 독점현상도 완화돼 민주주의가 발달하게 됐다. 하지만 정보의 유통은 여전히 소수의 신문과 방송에 의해 독점돼 있었다. 아무리 좋은 유익한 정보가 있어도 유통자의 벽을 넘지 못하면 그 정보는 빛을 보지 못했다. 20세기 후반기에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모든 사람이 정보를 만들고 유통시킬 수 있게 됐다. 지금 현재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모바일 인터넷 세상이 열린 것이다.

현대는 모든 사람이 정보를 만들고 모든 사람이 정보를 소비하는 세상이 됐다. 모든 사람이 상호 연결돼 있는 이러한 사회를 ‘초연결사회’라 말한다. 과거에는 정보의 유통이 1 대 N이었다면, 현대에는 N 대 N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정보의 독점력이 획기적으로 약화되고 권력의 분산현상도 가속화됐다. 최근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촛불집회도 이러한 초연결 현상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개인들끼리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또한 이를 대량으로 퍼뜨릴 수 없으면 그러한 대규모 집회는 가능하지 않다.

◆소비와 제조를 ‘연결’시키는 4차 산업혁명

기존의 제조 방식은 기획 및 생산, 마케팅, 판매 순으로 진행됐다. 매년 결산을 통해 어떤 제품이 많이 팔리는지, 내년 추세는 어떤지 등에 대해 소비자의 반응을 결산해 데이터를 모았다. 그러나 초연결사회에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모든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해 실시간으로 중앙센터에서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다. 소비자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새로운 정보를 추출하고 제조공정에 반영하는 시간이 대폭 짧아진 것이다.

IoT 기술을 이용하면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취향과 제품 스펙이 데이터센터에 집중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은 전국 또는 전 세계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되게 한다. 이렇게 수집된 빅데이터를 AI가 가공하면 새로운 유용한 정보가 추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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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서 소비자 취향의 변화라든지, 또는 지역이나 연령 남녀별로 취향이 새롭게 드러난다. AI가 추출해낸 정보는 다음에 판매할 제품의 기획단계와 설계단계에 직접 전달된다. 이때 AI가 빅데이터를 이용해 소비자의 추세를 알아내고,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새로운 서비스 영역이다. 따라서 새로운 서비스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제조업에서 출발해 서비스업으로 확대발전하는 것이다.

여기서 물론 제조업을 소홀히 대한다는 것은 아니다. 제조가 취약하면 서비스도 당연히 취약해진다. 이와 같이 빅데이터, AI, IoT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의 요구가 제조공정에 직접 반영되게 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소비자의 요구사항이 제조에 거의 실시간으로 반영되면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이 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소비와 제조를 결합해 제조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일 자체가 바로 서비스업이 된다. 서비스업은 일자리 창출지수가 높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가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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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4차 산업혁명 전략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증기기관에 의한 혁명이었다. 그 시대에 우리 조상들은 세상의 변화에는 문을 닫고 당파싸움과 세도정치에 전념하느라 나라를 잃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2차 산업혁명은 전기모터 혁명이었다. 우리는 일본의 압제 속에서 선진문물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20세기 후반에 일어난 3차 산업혁명은 우리 대한민국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구호를 외치며 적극 추진했고, 그 결과 우리는 지금 전 세계인들에게 보란 듯이 살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연결’의 역사라 할 정도로 인류사를 바꾸는 핵심동인이다. 언어, 문자, 인쇄술, 인터넷, IoT는 연결을 가능하게 했고, 언제나 자유와 평등, 그리고 효율을 선물로 가져다줬다. 이제 연결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우리 앞에 밀려오고 있다. 한국 실정에 맞는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고 추진하느냐 여부가 우리의 10년 후를 결정할 것이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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