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복합적이며 정치적인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일본의 역사의식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다른 블로거들이 많이 쓰셔서 너무 식상한 테마가 될 것 같아 꺼려지기도 하구요. 더군다나 토론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 언제나 악플러들의 기분을 돋우는 것 같아 이런 일본 상대 비판적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전 일본을 상대로 오늘 쓰는 것이 아니라, 전범국인 일본을 피해국으로 만드는 여러 유럽인의 시선을 향해 쓰는 것입니다.
불과 이틀 전, 스페인의 총리는 일본의 후쿠시마에 도착했답니다. 도착 두 시간 전, 바다를 향해 핵이 방출된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일본 아무 문제 없다! 위험 없다!”라며 정치적 감사(?)의 인사를 하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현재 전 세계 대통령 중 유일하게 방문한 사람이라고 하죠. 보고 싶지 않고 믿고 싶지 않은 것을 경제적 목적으로 거짓 행세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문제가 없다, 있다를 떠나 그 이중성에 대한 국가 원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사실, 일본 방사능의 진실과 오해라는 것이 있겠죠. 동경의 방사능 지수가 로마의 10분의 1 수준이라는 것도 믿을 만합니다. 왜냐면 유럽에서는 원자핵 관련 기관에서 사고 몇 달 후에나 사고가 났었다고 언론에 슬쩍 언급하는 수준이니까요. 그런 크고 사소한 사건이 많은데 당연히 도쿄보다 방사능 방출이 많을 수 있답니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는 이것이 아니라 국가 원수가 일본에 방문한 계기로 이 스페인 방송국에서 하는 일본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대한 것입니다.
국영방송에서 보내준 이야기는 후쿠오카 원자핵 유출 사건에 관한 것이 아니라 대뜸, 히로시마 핵폭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핵폭탄으로 선량한 많은 시민이 사망하고 지금까지 대를 이어 그 후유증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아시죠? 그런데 이런 내용도 아니었답니다.
문제의 핵심이 미국의 잘못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역사적 관점에서 미국은 이 핵을 쏘지 않았어도 일본의 항복을 받았을 것이다, 라는 것을 전제하여 설명하더군요. 일본의 대제국의지가 늘면서, 그것을 위험으로 우려한 러시아에서 드디어 행동을 보이자, 일본 천황은 천황제 박탈의 위험을 느끼고 이미 항복할 것을 결심했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루먼의 그 고집으로 핵폭탄은 일본 반도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 다큐에서는 전범국 보다는 피해국 쪽으로 일본을 설명하더라구요. 피해국! 일본이 피해국!?
그런데 여기서 왜 유럽인들은 이런 히로시마 사건은 아주 상세히 설명하며, 미국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일본이 저지른 난징 사건이나,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그리 둔감한 것일까요?
전 유럽에 살면서 유럽인들은 그런 사건을 냉정하게 바라본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독일인이 나치의 만행에 자신의 잘못인 양 아직도 부끄럽게 여긴다는 일은 이미 모든 이들이 아실 듯한데요. 다른 유럽의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몇 년 전, 대만 친구가 보내준 ‘난징 학살’에 대한 무수한 사진을 보면서 얼마나 잔인하게 일본 군대가 이런 짓을 했는가, 참 서글펐답니다. 그래서 그때 모여있던 유럽 친구들(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에게 “일본은 이런 제국주의가 저지른 일을 사죄하고 보상을 해야 한다.”라고 말을 했죠. 더불어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했었죠. 그런데 한국과 같은 경험이 없었던 유럽인 친구들은 하나같이 그럽니다.
“뭐, 전쟁은 다 그런 것이지. 시민이고, 군인이고,
적이라 생각하면 다 죽이는 것이 전쟁의 법칙이 아닐까……
한국만 아니라 전 세계 식민지 국민들은 다 똑같을 거야.” 합니다.
참, 어이가 없었네요.
“더군다나 현재의 일본인은 조상이 한 일에 대해 잘못을 느낄 필요가 없지.
우리 할아버지가 한 일을 왜 내가 책임져야 해?”
하는 것입니다.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유럽인은 유럽에 대한 그 나치 행각에는 민감하고, 미국 험담 잡을 일에는 민감하면서도 왜 이렇게 아시아에서 일어난 그런 일에는 아무 개념이 없는 것일까요? (아마도 운이 나빠 제 주위의 유럽 친구들만 이 생각을 했었구나, 믿고 싶습니다.)
폴란드에서 온, 한 친구만이 제 말에 동의를 해주더군요. 폴란드의 나치 행각이 아주 심했음은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가끔 유럽 친구들은 자유와 인권에 대한 열정은 대단한데 다른 나라, 특히 아시아의 역사에 대해선 제로상태인 것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미국의 결함을 드러내는 것은 좋아하면서 일본이 아시아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선 아주 무지한이라는 것입니다.
일본은 히로시마 핵폭탄에 많은 아픔과 슬픔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은 일본의 그 아픈 마음으로 아시아의 나라들에 사과하고 역사를 세계인과 똑바로 마주 보는 그런 일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오늘 소소히 해봤습니다.
역시 너무 이상주의인가요? 현실은 이런 손 맞잡고 니가 그랬었지, 그래, 내가 그랬어. 우리 잘 살아보자, 미안해. 뭐 지나간 일인데, 우리 손 맞잡고 다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 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죠?
스페인 총리의 방문으로 이 스페인이라는 나라에서는 일본의 피해에 대해 주로 집중하는 듯했답니다. 후쿠시마의 핵 유출 사건과 쓰나미 피해자(평안히 잠드시기를…!) 그리고 이 핵폭탄에 관하여 말입니다…. 일본은 이 핵과 관련하여 피해국이지만, 분명, 그 전에 피해를 끼친 많은 아시아의 영혼들을 생각해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이 세계사를 바로 보는 그런 일을 시행해야만 합니다.
출처 : 스페인 고산평야의 무지개 삶 글쓴이 : 산들이
원본 보러 가기 : http://blog.daum.net/mudoldol/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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