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문장은 다만 책 읽는 데 있지 않다.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이 모두 독서다

조조다음 2021. 7. 15. 06:30

사람이 벽이 없으면 쓸모없는 사람일 뿐이다. 병 중에서 편벽이기는 하나 독창적인 정신을 갖추고 전문의 기예를 익히는 것은 왕왕 벽이 있는 사람만이 능히 할 수 있다.  - 16쪽

 

세상은 재주 있는 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능력 있는 사람이 손가락질 당하는 세상, 모자란 것들이 작당을 지어 욕을 하고 주먹질을 해대는 사회, 슬쩍 남의 것을 훔쳐다가 제 것인 양 속이는 세상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 50쪽

 

사람은 스스로를 가벼이 여기는 데서 뜻이 꺾이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느라 학업을 성취하지 못하며 마구잡이로 얻으려는 데서 이름이 땅에 떨어지고 만다.  - 66쪽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 독서란 말인가. (삶에 도움이 안되는) 무기력한 독서를 무엇에다 쓴 단 말인가.  - 78쪽

 

옛날에는 문을 닫고 앉아 글을 읽어도 천하의 일을 알 수 있었으나 인커넷 시대에 세계의 정보를 책상 위에서 만나보면서도 천하의 일은 커녕 제 자신에 대해서조차 알 수가 없다. 거기에 나는 없고 정보만 있기 때문이다.  - 82쪽

 

이루어지면 꿈이 아니니 갈 수 없고 이룰 수 없고 만날 수 없어 꿈은 더 간절하다.  - 125쪽

 

뜻 높고 재능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진흙탕 속에 뒹굴고 있다. 더러운 탐욕으로 기득 찬 인간들은 남들보다 높은 지위에서 늘 떵떵거린다. 세상에 허망한 일은 많다.  - 135쪽

 

거처가 누추하다고 말하지 말라. 정말 누추한 것은 더러운 명예를 쫓아다니는 일이다, 쑥대 지붕 아래에도 우주를 덮을 큰 자유가 있다.  - 136쪽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지만 제자는 없다. 스승과 제자의 자리가 땅에 떨어졌다.  - 156쪽

 

선비가 세상에 나서 스승 없음을 근심할 일이지 배움이 서지 못함은 근심할 바가 못된다.  - 160쪽

 

배우는 사람에게는 큰 병통이 세 가지가 있다. 외우는데 민첩한 사람은 소홀할 것이 문제고 글짓는 것이 날래면 글이 들떠 날리는 게 병통이다.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 182쪽

 

거울처럼 온전히 둥근 달은 하루 저녁뿐이다.  - 224쪽

 

말을 해놓고 다시금 경계한다면 이는 사람을 의심하는 것인데 사람을 의심하면서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 225쪽~226쪽

 

불씨를 화로 가운데 간직해 두고 향을 합 속에 담아두더라도 죽을 때까지 향이 불을 쫓아 회로로 가지 않거나 불이 향을 찾아 합으로 가지 않는다면 향은 그대로 향이고 불은 그대로 불이다.  - 252쪽

 

얻었다 좋아 말고 잃었다 슬퍼 말아라. 있지도 않은 마음을 잡았다고 하지 말아라. 종을 떠난 종소리를 어이 쫓아 잡으리.  - 260쪽

 

문장은 다만 책 읽는 데 있지 않다. 독서는 단지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천운문과 조수초목의 볼거리 및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이 모두 독서다.  - 281쪽

 

사람이 日用起居와 보고 듣고 하는 일이 진실로 천하의 지극한 문장이 아님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스스로 글이라 여기지 아니하고 반드시 책을 펼쳐 몇 줄의 글을 어설프게 목구멍과 이빨로 소리내어 읽은 뒤에야 비로소 책을 읽었다고 말한다. 이같은 것은 비록 백만 번을 하더라도 무슨 보람이 있겠는가.  - 282쪽

 

글에는

① 한줄기 맥락이 암암리에 보이지 않게 이어져야 한다 ② 여운이 있어야 한다 ③ 파란이 있어야 한다  - 296쪽~297쪽

 

 미쳐야 미친다, 정민